쫄깃하고 상큼하게
통영은 국내산 마른 멸치의 60% 이상이 유통될 만큼 멸치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온화한 기후와 잔잔한 바다 덕분에 장어 통발과 굴 양식으로 유명하지만 한산도와 비진도, 용초도, 욕지도를 중심으로 한 멸치잡이도 활발하다. 통영 멸치는 청정 바다에서 잡은 만큼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고소할뿐더러 빛깔 또한 으뜸이다. 특히 봄철 남해 앞바다에서 잡은 멸치는 기름기가 제대로 올라 씹을수록 고소하다. 무엇보다 회로 먹는 굵은 봄 멸치는 싱싱한 상태로 유통하기 쉽지 않아 바다를 끼고 있는 통영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고 달콤하면서도 새콤해 밑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생멸치를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기만 하면 될 것처럼 보여도 멸치회무침을 맛있게 만들기는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멸치는 살이 워낙 무른 데다 비린내가 강해 식감을 살리면서 비린내를 잡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비법 재료가 바로 막걸리다. 흔히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청주를 쓰는 것처럼 통영에서는 멸치 비린내를 막걸리로 잡는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멸치를 손질해 맑은 막걸리에 헹구면 막걸리 속 초산이 육질을 쫄깃하게 만든다. 여기에 살이 무르지 않게 조심스럽게 베 보자기에 꼭 짜는 과정을 거친 후 쑥갓이나 미나리, 부추, 양파에 초고추장(고추장, 식초, 설탕, 다진 파ㆍ마늘, 통깨)을 넣어 무치면 맛있는 멸치회무침이 완성된다.
* ‘멍게가’의 레시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