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안 소울 푸드, 가정식
빼떼기란 경상도 지역에서 절간 고구마를 일컫는 것으로, 얇게 썰어 말린 고구마를 말한다. 저장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고구마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생각해낸 건조 저장법이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던 겨울철, 통영에서는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린 후 간식으로 먹거나 죽을 쑤어 먹었다.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를 말려 겨우내 허기를 달랜 것인데, 지금도 꾸미지 않은 그 맛 그대로 입맛을 돋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는 당도가 높은 고구마 덕분으로 통영 인근에 있는 가장 큰 섬인 욕지도에서 나는 고구마는 지금도 다른 지방 고구마에 비해 비싸게 거래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욕지도 고구마는 경사진 언덕에 심어 물 빠짐이 좋을 뿐 아니라 풍부한 일조량과 함께 적당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여느 고구마에 비해 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밤처럼 달면서도 촉촉한 맛이 일품. 특히 욕지도를 비롯해 통영은 농사의 역사가 길지 않은 덕에 땅이 산성화되지 않아 고구마는 물론 다양한 작물이 토양의 영양분(미생물)을 오롯이 빨아들여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다.
빼떼기죽은 마른 고구마의 당도를 유지하면서 살을 무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빼떼기와 2배 정도 물을 넉넉히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빼떼기가 부드럽게 삶아지면 나무 주걱으로 으깨거나 믹서에 곱게 간 후 냄비에 옮겨 붓는다. 여기에 찹쌀가루를 넣어 저어가면서 익힌다. 예전에는 빼떼기만 넣어 먹었지만 요즘은 불린 콩이나 팥, 조 등을 빼떼기와 함께 익혀 더욱 달콤하고 고소하게 즐기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기에 수제비를 떠 넣어 배를 불리기도 했다. 기호에 따라 소금이나 설탕으로 간을 하기도 하지만, 식으면 단맛이 훨씬 강해지므로 별다른 간을 하지 않고 달콤한 고구마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재료: 빼떼기, 불린 콩•팥•조, 찹쌀가루, 설탕 약간, 수제비 반죽(밀가루)
①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불린 빼떼기를 넣고 2배 정도 물을 넉넉히 부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② 빼떼기가 부드럽게 삶아지면 나무 주걱으로 으깨거나 믹서에 곱게 간 후 냄비에 옮겨 붓는다. 여기에 찹쌀가루를 넣고 저어가면서 익힌다.
③ 밀가루를 개어 수제비 반죽을 만들어놓고, ②가 끓을 때 불린 콩이나 팥, 조 등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④ 위 세 번째 단계 후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수제비 반죽을 떠 넣는다.
⑤ 고구마 본연의 단맛으로도 충분히 달콤하지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약간 첨가해도 된다.
* 이명금 씨의 레시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