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담아내는 통영 테이블 문화의 꽃

통영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게 ‘다찌’ 문화다. 다찌란 일정한 술값을 지불하면 그에 맞는 다양한 제철 안주를 제공하는 일종의 ‘테이블 문화’다. 무침부터 구이, 찜, 국까지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식재료가 달라지는 게 특징으로, 통영은 ‘제철’이 아닌 ‘매일매일' 먹거리가 바뀌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계절과 날씨 혹은 물때에 따라 주방 형편이 바뀌고, 자연히 상차림도 바뀌다 보니 바로 어제까지 볼 수 있었던 안주가 자취를 감추는 일도 허다하다. 다찌집마다 개성도 달라 각각의 주메뉴와 조리법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찌라는 이름은 일본의 ‘다찌노미(立飮み)’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사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찌노미를 번역하면 ‘술집에서 선 채로 술을 마시다’라는 뜻으로 편하고 부담 없이 즐기는 술자리를 의미한다고 봐도 되겠다.

다찌집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주문하면 그에 따라 안주가 나오고, 술을 추가하면 또 다른 안주가 더해진다. 2017년 8월 기준 가격은 1인 3만 원 정도로 죽부터 멍게, 해삼, 전복, 소라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해산물, 제철 생선회, 구이, 조림, 탕의 주메뉴에 이어 과일 등의 디저트로까지 이어진다. 마치 ‘오늘의 추천 메뉴’나 ‘셰프의 추천 메뉴’처럼 셰프의 뛰어난 안목으로 고른 신선하고 실한 식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봄에는 도다리와 멸치무침, 여름에는 농어, 겨울에는 감성돔까지 한 상 차림에서 계절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뿐더러 입과 눈까지 즐겁다. 푹 삶아내기만 해도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나는 아구내장수육, 홍합을 5개씩 꿰어 말린 오가재비, 전갱이조림, 햇마늘종 등 통영 토박이가 즐길 만한 토속적인 음식도 가득하다. 낙지탕탕이와 낙지호래기는 물론 갖은 채소로 만든 간장 소스를 생선 위에 얹어 향을 입혀 먹는 통영의 이색적인 생선구이도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의 행렬이 줄을 잇는 가운데, 꿀에 찍어 먹는 절편이나 수삼으로 중간중간 입가심을 할 수 있도록 한 주인장의(강변실비) 센스가 엿보인다.

(6월 상)

맵사리 고동 - 딱새우장 - 문어 - 까사리 무침
꼬막 - 비파 - 절편구이 - 해삼내장젓
전복, 해삼, 뿔고동, 꼬막, 호래기, 미더덕, 성게(해물 8개)
- 아귀수육 - 멸치회무침 - 꽃게
갈치구이 - 전갱이찜 - 낙지 탕탕이 - 가리비

* ‘강변실비’의 레시피입니다.